김초엽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했으면 좋겠다. 우리 각자가 지닌 닫힌 세계에 금이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는 조금 말랑하고 유연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냥,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위 문장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됐다. 문장을 먼저 접했기에 책 표지를 보고는 조금(사실은 많이!! ) 놀랐고, 친한 선배랑 표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게 기억난다. 표지가 이상해서 보고 있었어. 그러게요 엄청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한쪽 독자를 완전히 포기한 걸까요. 그만큼 내용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이 비슷한 대화들.
예판에서부터 꽤나 판매지수가 높았어서 관심이 갔고, 간간이 눈에 띄는 책 속 문장들에도 눈이 갔다. <책과 우연들>은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로 작가가 읽은 책, 그 책들로 인해 작가는 어떤 글을 쓰게 되었는지, 쓰는 과정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담고 있다.
김초엽 작가 하면 떠오르는 작가의 데뷔작이자 베스트셀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SF소설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제목은 워낙 많이 들었지만, 제목으로 미루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에세이인 줄 알았을 때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게 이번 책의 가장 큰 수확이랄까. 개인적으로는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김초엽 작가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그 안에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다"라는 작가의 이 책이 더 흥미 있게 읽힐 것 같다.
책 속에서
솔직히 말해 작가가 되기 전에 나는 그다지 부지런한 독자가 아니었다. 조그만 취향의 원 안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는 것들만 좋아하던 편협한 독자였다. 그러다 갑자기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게 됐다. ...처음에는 현실도피처럼 책을 읽었다. ...분명 읽기는 쓰기와 같지 않다. 하지만 읽기는 쓰기로 이어진다. 읽기는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나의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p.10)
지금도 나는 내가 밑천 없는 작가라고 느끼지만 예전만큼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이제는 글쓰기가 작가 안에 있는 것을 소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바깥의 재료를 가져와 배합하고 쌓아 올리는 요리나 건축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배우고 탐험하는 일, 무언가를 넓게 또는 깊이 알아가는 일, 세계를 확장하는 일.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쓰기의 여정에 포함된다. (p.42)
나를 울게 하고, 웃게 하고, 가슴 벅차게 하고, 생각에 잠기가 하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쓰고 싶은 나'를 새롭게 발견한다. 한 사람의 마음을, 내면세계를 흔들어놓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채 떠나버리는 어떤 이야기들, 나는 이런 것을 쓰고 싶었지. 나는 성실하게 읽는 사람이 되고, 그러면서 쓰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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