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에세이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그림 에세이

Isabell_e 2022. 11.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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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사진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글, 그림/ 288쪽/ 푸른숲


80만 유튜버 이연의 그림 에세이 <매일을 헤엄치는 법>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의 저자 이연 작가가 두 번째 책으로 그림 에세이를 출간했다.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10가지 방법'이라는 유튜브 콘텐츠가 유명해지며 크리에이터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동명의 책을 출간함으로써 그림 그리는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에는 퇴사를 하고 크리에이터로 일을 시작했던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이야기를 그림 에세이로 풀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결국 퇴사를 선택한 저자에게 남은 거라곤 공황장애뿐이었다고 한다. 책 속에서 흑백 만화로 표현된 부분이 저자가 힘든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고, 파란색 만화 부분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수영 강습 이야기로, 수영을 배우며 그 안에서 깨우친 삶의 태도와 깨달음이 묘사되어 있다.

 

책 속 만화를 읽다 보면 얼굴이 동그랗고 길쭉한 캐릭터가 눈에 띄는데, 이 캐릭터는 볼링핀이나 느낌표가 아니고 '전구'라고 한다. 저자가 인간을 전구에 빗댄 이유는 영원할 것처럼 찬란히 빛나다가 죽는 점이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수영 강습 중에 내가 앞으로 잘 나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 바닥의 푸른 타일을 헤아려 봤다고 한다. 나는 멈춰 있지 않음을, 그걸로 됐음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삶이라는 물속을 헤엄치는 법을, '똑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서점에서 나의 발길을 사로잡은 책

서점 사진

지난 9월 아이와 같이 걷기 대회를 갔었다.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4km 정도의 코스였는데, 도착 지점이 광화문이라 행사가 끝나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서점 안을 쭉 돌아보던 내 발길을 붙잡은 이 매대. 와,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큰 매대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지?(솔직히는, 무슨 책이길래 광고에 이렇게 큰 돈을 썼지? 였지만 ㅎㅎ) 하는 마음에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벤트 매대 위에는 책, 전자책, 드로잉 장면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전부였다. 꽤 커다란 매대를 통째로 차지한 것치고는 그렇게 눈길을 끌지 못하는 마케팅인데, 싶어 금세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회초년생들, 그러니까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그중에서도 특히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일까 고민하는 청년들이 읽으면 공감할 내용이 많은 책으로 보였다. '사회초년생'이라는 그 풋풋한 시절을 이미 한참 전에 지나온 나로서는 약간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 그땐 그랬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긴 했지만, 삶의 어느 시점에서든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고, 나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던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수명보다 길게 남을 것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쓴다고 말한다.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 나의 경우는 어떨까 생각해 봤다. 나는 뭘 남길 것인가. 아니 애초에 나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가? 글쎄, 굳이 말하자면 나는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쪽이라, 이 부분은 저자와 나의 다른 점이라 생각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한 번쯤 고민해 봐도 좋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책 본문 사진
책 본문 사진
책 본문 사진

 

그런 일을 하면 된다. 남들 보기에 멋진 일을 흉내 내는 사람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재미있는 일을 해나가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나에게 소속된다는 건 그런 일이다. (p.43)

 

나는 동굴 벽화를 그린 사람들과 비슷한 심정으로 그림을 그린다. '내가 여기에 있었다'라는 증거 만들기. 동굴 벽화처럼 오래 간직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수명보다는 내 그림이나 글이 오래 남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그 정도면 된다.  (p.103)

 

원리는 단순하다. 불필요한 것을 자르면 잔가지로 누수되던 에너지가 내가 원하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향한다. 앞으로도 성실한 농부처럼 열심히 가지를 잘라낼 것이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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