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공부법 강의> 유네스코 선정, 21세기 개혁교육 모델, 발도르프 학교에서 배운다
발도르프 교육은 오스트리아의 교육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처음 만든 교육 사상이고, 그가 만든 발도르프 학교에서 출발한 대안 교육으로, 유네스코에서 21세기 개혁교육 모델로 선정했을 만큼 세계적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교육법이다.
우리나라에도 발도르프 교육 관련 서적이 꽤 출간되었지만, 대부분이 교육 사상이나 방법론을 다룬 다소 어려운 내용들이어서, 아이가 생긴 이후로 나도 얼핏 들어본 적만 있는 이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이 생겼으나, 책을 조금씩 읽다 포기하고 또 읽다가 다시 포기하고 하는 정도였다.
어디어디 대안학교가 있다더라, 어디 숲체험 유치원이 좋다더라, 이런 얘기가 들릴 때마다 한 번씩 또 마음이 흔들려 찾아보는 정도에 그쳤던 것 같다. 그렇게 정규교육에 딱히 반감이 있거나,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대안학교를 찾아 나설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것도 아니라,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됐다.
이 책은 그동안 접했던 발도르프 관련 책과 달리, 저자가 실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친절하게 잘 읽히고 관련해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이에게 리듬 있는 생활이 왜 필요한지,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기질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이들에게 삶을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이 시대에 아이들에게 길러 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언인지"에 대해 쉬운 언어로 명확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저자 서문_ 집어넣기가 아닌 끌어내기로
역자 서문_ 왜 발도르프 교육인가
1장_ 아이의 창조적 리듬을 계발하는 법
2장_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 법
3장_ 아이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법
4장_ 아이에게 책임감을 길러 주는 법
5장_ 아이에게 자아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법
6장_ 아이의 마음을 풍요롭게 키우는 법
7장_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법
<발도르프 교육법 강의>, 그대로 따라할 것인가
이 책에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책 본문 내용은 아니지만), 앞쪽 역자 서문 부분의 다음 글귀였다.
"저는 교대를 졸업하고 처음 담임을 맡았던 해를 잊지 못합니다. 제가 처음 만난 아이들은 4학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선생인 저를 반겨 주었지만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교육 실습도 있었을 텐데, 역자는 어떻게 이런 경험을 했을까 싶었고, 역자가 졸업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겠지 싶기도 했지만, 또 한 번 우리의 현실성 없는 교육에 놀라기도 했다. 개별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 없이 아이들에게 전할 지식만 가득 안고 있는 교사가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는 일이란 얼마나 공허한 일일지.. 그런 교사와 아이에게 학교란 어떤 의미였을지..
발도르프 교육에서 아이가 입학하는 시점부터 8년 담임제를 실시하는 이유도 이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8년 담임제가 과연 바람직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이와 안정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아이의 성장 발달을 가까이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8년 담임제라는 것이 발도르프 교육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가 조금 더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지만, '발도르프 교육' 하면 막연하게 좋다는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과 달리, 책을 다 읽고 나니 무조건 따라해야 할 교육법은 아니라는 비판적인 생각도 군데군데 들었고, 부모 개인이 해야할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 많기도 했다.
책 속에서
교육education의 진정한 의미는 '집어넣기'가 아니라 '끌어내기'educare입니다. (저자서문 중에서)
재능은 아이가 타고나는 것이지만 계발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자신의 운명적 소질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합니다. (p. 25)
어린아이의 의지는 본능으로 시작해 충동이 되고, 욕구가 되며, 그다음에는 동기가 된다. (p. 31)
모방은 이처럼 믿기 힘들 정도로 정확합니다. 아이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자극을 감지하는 안테나와 같습니다. 아이의 의지는 누군가의 행동뿐 아니라 사고와 감정까지 모방합니다. (p. 33)
한 아이가 어린 시절에 예술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린 시절을 빼앗긴 것과 다름없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내면에 음악이 없는 자는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되기에 대역죄와 모략, 약탈에나 어울린다'라고 말했습니다. (p. 37)
아이들의 분위기는 계절과 연결됩니다. ......여름 아이는 불과 같고, 겨울 아이는 물과 같습니다. 가을 아이는 땅에 발이 묶여 있는 반면, 봄 아이는 가벼운 공기와 같습니다. (p. 44)
비판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질을 고려함으로써 다른 특징들을 조화시키도록 아이를 이끌 수 있습니다. ......기질론은 각 발달단계에서 아이의 영혼과 고유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학의 새로운 발걸음입니다.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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