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작가, 9년만에 소설집 발표!
김연수 작가가 <사월의 미, 칠월의 솔>(2013)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9년만에 새 소설집을 발표했다. 한동안은 다작 작가로 알려질 만큼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 오던 작가였기에, 이번 9년이라는 공백은 절대적 시간보다 더 큰 체감으로 다가왔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특히 더 그랬을 것이다.
그 시간이 작가에게는 "바뀌어야 한다는 내적인 욕구"가 강하게 작동하는 동시에 "외적으로도 바뀔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진"(특별 소책자 <어텐션 북> 수록 인터뷰에서) 시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3년의 시간은 작가에게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아니 우리 모두를 '바뀌어야 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음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작가 역시 "쓰고 싶은 게 없을 때는 쓸 수 없다. 그러다가 2020년이 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나자 뭔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작가의말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작가가 최근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단편에 매진한 결과물이라 하니,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그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이번 소설집은 '2022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단편 <진주의 결말>을 비롯해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9년간의 공백, 딱 그만큼의 낯섦이 느껴졌다
1인출판을 하는 선배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의 신작 소식을 접했다. 아, 다른 사람 피드에서 작가님 소식을 발견하다니.. 그동안 너무 소홀했구나 하는 혼자만의 반성과 함께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앞부분 3편 정도를 읽었을 때 뭔가 어색함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은 뭔가 생경하면서도 특별한 어휘 선택,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유니크한 문장, 그러면서도 막힘 없이 쉽게 읽히는, '쓰는 사람은 어려웠겠지만 읽는 사람은 너무 즐겁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한 문장 한 문장 아껴 읽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번 책을 그렇지 않았다. 너무 평이했다.
평범한 어휘 선택, 조금은 어둡고 너무 착한 내용. 작가님 글이 변한 걸까, 그동안 내가 변한 걸까, 혹은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그 시간만큼 우리가 옮겨 온 것뿐일까. 그러면서 다시 곱씹어 읽게 되었는데.. 문득 이런 걸 노린 걸까 싶기도 했고 ㅎㅎ.
그와중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라는 첫 번째 단편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의 문장이, 작품에 대한 느낌과는 별개로 계속 마음에 남았다. 흔히 우리는 과거를 반성하며 현재를 살 것을 이야기하는데, 미래에 방점을 두고 현재의 삶을 돌아본다는 관점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는 지금의 마음과 너무 딱 맞아떨어졌기에 더욱더 그랬겠지!
여전히 무언가 계속 마음에 걸려 있어, 다시 한 번 책을 읽어 봐야 할 듯하다. 혹은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다. 계속 지는 한 다음번에 이길 확률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워진다.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한. (p.22)
대부분의 말은 듣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어떤 말들은 씨앗처럼 우리 마음에 자리잡는다. (p.31)
줄리아는 그냥 이 사실을 말한 거야. 다만 이십 년 빨리 말했을 뿐. 그 시차가 평범한 말을 신의 말처럼 들리게 한 거야. (p.34)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p.34~35)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위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p.60)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면.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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